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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도 해체해서 먹어요.”
  • 글쓴이 우지영
  • 작성일 2020-09-28 09:03:44
  • 조회수 68

김밥도 해체해서 먹어요.”

 

 

상당수의 자폐성장애 학생들이 식사 시간의 행동과 영양 섭취와 관련한 여러 가지 어려움을 보이곤 합니다. 예를 들어 편식이 심하다든지, 음식 질감에 대해 매우 예민한 반응을 보이거나, 새로운 음식을 심하게 거부하는 등의 식생활 문제를 보입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가족이 함께 식사하는 시간에 큰 스트레스 요인이 되기도 하고, 가족의 식생활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에 가족 전체의 건강을 해치거나 삶의 질에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자폐성장애 학생의 식생활 문제가 악화되는 상황을 예방하고 가족 전체가 건강한 식생활을 도모하기 위한 체계적인 중재와 지원이 필요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자폐성장애 자녀의 식생활에 대한 어머니들의 인식과 경험(김유리 외, 2020)’이라는 연구를 살펴봄으로써 자폐성 장애 자녀를 양육하는 어머니가 자녀의 식생활과 관련하여 가지고 있는 경험들을 나누고 지원 요구를 파악해 보고자 합니다.

 

본 연구에서는 자폐성장애 자녀를 둔 어머니 10분을 모시고 자녀의 식사 행동 및 영양 섭취에 관한 경험들을 나누어보았습니다. 이들의 자녀들은 아동기부터 초기 성인기까지 다양하며, 짧게는 50, 길게는 2시간 남짓의 시간 동안 심도 있는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어미니들과의 면담을 통해 밝혀진 몇 가지 주제를 바탕으로 자폐성장애 자녀들의 식생활 특징에 대하여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야채를 안 먹으려고 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거 이외에는 다른 뭔가 섞여 있어도 메뉴만 딱 골라 먹어요.”

 

모든 사람은 특정 음식에 대한 호불호를 가지고 있는데, 자폐성장애 학생들의 음식 선호도 역시 매우 다양하고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이들은 명확한 음식 선호도를 보이며, 음식의 종류, 음식의 조리방식이나 외관, 음식이 제공되는 환경에 따라 선호도가 달라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한 예로, 같은 재료라도 조리방식(: 볶기, 찌기, 튀기기)에 따라 선호도가 달라지거나, 같은 재료가 단독으로 제공되는지 다른 음식에 일부 포함되는지에 따라 거부 정도가 달라지기도 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닭볶음탕에 들어가는 감자는 먹고, 감자만을 채 썰어서 만든 감자볶음은 먹지 않고요, 같은 음식이어도 꼭지나 씨가 보이는지와 재료의 본 모습이 보이는지에 따라 거부 정도가 달라지기도 하였습니다.

 

밥을 싸서 반찬을 한 개 딱 올려서 그렇게 먹어요. 밥 따로 반찬 따로가 아니고요.”

음식이 들어갔을 때 물렁물렁하다거나 약간 좀 식감이 안 좋으면 뱉어내는 경향이 있어요.”

 

면담에 참여한 어머니들이 어려움으로 가장 많이 언급한 식사 행동 요소는 식사의 양과 속도, 섭취 방식, 새로운 음식을 대할 때 보이는 행동들이었습니다. 10명의 어머니 가운데 4명의 어머니가 너무 빨리 먹거나 한 번에 너무 많이 먹는 모습, 2명의 어머니가 매우 천천히 오랜 시간 먹고 수저로 한 번 뜬 음식을 한입에 넣지 않고 여러 번에 나누어 먹는 모습, 다른 2명의 어머니가 먹는 것에 관심이 없고 거의 막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고 언급하였습니다. , 밥과 반찬을 섭취하는 방식도 반찬 순서를 정해놓고 그 순서대로 먹기, 밥을 다 먹고 반찬을 먹기, 국에 밥을 말아야만 먹기 등 특정 식습관을 고집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하였습니다.

 

아예 안 먹고 한 달 넘게 주스만 먹은 적도 있었고, 초등학교 때까지는 급식을 아예 안 먹었어요. 그릇도 바꿔보고 이렇게 식판 그릇만 봐도 헛구역질을 하고.”

 

어머니들 대부분은 자녀의 어린 시절 식생활의 어려움을 자세히 들려주었는데 가장 대표적인 문제는 극심한 편식과 음식에 대한 거부였습니다. 특정 음식만 먹는 사례가 가장 많았고, 아예 음식을 먹지 않아서 건강과 성장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던 사례도 있었습니다. 또 대부분의 어머니들은 자녀의 어릴 적 식생활 특징이 그대로 유지되기보다 개선되거나 다른 특징으로 변화되었다고 하였습니다. 교육이나 치료 기관에서의 중재 시도, 약물 복용 등도 학생의 식생활 변화에 큰 영향을 미쳤고, 자녀가 성장하면서 식생활이 조금씩 안정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아이가 식사하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 멈추질 않아요. 이 아이를 덜 먹게 하기 위해서 큰 아이를 재촉하게 되고, 빨리 먹으라고 하고. 아이가 더 이상 먹지 않게 양을 조절하기 위해서 딱 먹을 양만 먹고 나면 싹 치워 버려야 하니까 나머지 식구들도 촉박하게 밥을 먹어야 하는...”

 

어머니들은 자녀의 식사 행동 특성이 가족의 식사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치며, 가족들이 자녀의 식사 속도에 맞추다 보니 식사 시간을 온전히 즐기기가 어려운 면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자녀가 식사예절에서 벗어난 행동(예를 들어, 먹은 음식 뱉기, 소리 지르기)을 보일 때 이를 통제하려고 강압적인 분위기가 형성될 때도 있고, 가족들이 각자 따로 먹어야 할 때도 있었다고 했습니다.

가족들이 함께 외식할 때도 외식 메뉴를 정하고 외식 환경을 선정할 때 치밀한 작전이 요구된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뷔페식당은 자신이 원하는 음식을 그릇에 담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등의 기본 에티켓이 있는데 이것을 지키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식당에 개별 룸이 있는지, 덜 붐비는 시간대가 언제인지를 미리 고려하기도 하였습니다.

 

이 연구에 참여한 어머니들은 자녀의 식생활 개선을 위하여 기관을 이용하거나 가족 자체적으로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혔습니다. 자폐성장애 학생의 식생활을 개선하기 위하여 인터뷰에 참여한 어머니들이 제시한 몇 가지 팁을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1) 물리적 · 심리적 환경 조성: 그릇을 다 바꿨어요.

그릇을 다 바꿨어요. 정말 작은 공기로 바꿔서 그게 보이는 게 이제 많다는 거를 느끼게끔 해서. 그릇을 바꾸면서 조금 양이 조절된 것 같아요.”

어머니들은 자녀에게 적정량의 식사를 하도록 유도하는 물리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하였습니다. 가장 많이 언급된 방법은 좋아하는 음식이나 간식거리를 자녀가 보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는데, 이를 위해 음식을 숨기거나 집이 아닌 다른 장소(차 트렁크 등)에 두기도 하였고, 생야채 등 칼로리가 낮은 간식은 자녀가 잘 볼 수 있는 곳에 둔다고 하였습니다. 식사량을 조절하기 위하여 식기의 종류나 크기를 조절하는 방법으로 기존에 사용하던 그릇보다 작은 그릇을 사용하거나 식판을 사용하는 방법도 효과적이었다고 하였습니다. 작은 숟가락이나 조작이 어려운 젓가락을 사용하여 먹는 속도를 늦추도록 하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하였습니다.

 

(2) 식생활 지도: 엄마의 일관성이 중요해요.

좋아하는 메뉴를 먹을 때 아이 건강에 도움이 되는 과일이나 요구르트를 중간중간에 물 대신 먹을 수 있게 지도하고요. 좋아하는 김치볶음밥 할 때 평소에는 나물볶음을 안 먹는데 이때 무나물이나 호박볶음을 채 쳐서 넣어요.”

어머니들은 단호하고 일관된 태도로 식습관을 지도하고, 바로 개선되지 않더라도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단호한 태도의 경우 말로만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빈 그릇을 보여주거나 음식 버리는 장면을 보게 하는 행동 등 눈에 보이게 제시하여 어머니의 의지가 강력하게 전달되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또 일관된 규칙을 적용하여 자녀와 부모 간 신뢰가 형성되면 식생활 지도를 좀 더 수월하게 받아들인다고 하였습니다.

좋은 식습관 형성도 중요한데요. 비선호하는 음식을 섭취할 때 칭찬, 선호 음식, 자녀가 원하는 보상 등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어 비선호 음식 섭취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식사 방법이나 예절을 자녀의 눈높이게 맞게 지도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일례로 다른 사람 도움 없이 식사를 마치고 식판을 정리할 수 있게 하거나 자신은 먹지 않더라도 가족들이 식사를 마칠 때까지 앉아있게 하여 어머니가 없어도 타인과 식사가 가능하도록 지도하였습니다. 외식하러 나갈 때 식당에서 자녀가 볼 동영상이나 활동 자료, 껌이나 젤리 등을 미리 준비하는 방법을 제안하기도 하였습니다. 좋은 식습관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시도가 필요하기 때문에 방학이나 주말 등 자녀와 오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간에 집중적으로 노력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3) 프로그램 참여: 요리 활동이 유익했어요.

자기가 직접 해서 맛을 보고 자기가 직접 이렇게 만들고 같이 친구들하고 먹고 하니까 조금이라도 먹는 시도를 하더라고요. 눈으로 갖고 있던 편견 때문에 안 먹었던 게 더 많은데 이제 먹다 보니까 먹더라고요.”

어머니들은 자녀를 자연스러운 또래 활동에 참여하게 하여 식습관 개선을 시도하였던 사례도 언급하였는데, 음식 관련 활동을 포함한 또래 집단 프로그램 참여는 자녀가 새로운 음식을 이전보다 잘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하였습니다.

 

(4) 지도 방식: 억지로 먹이지는 말아 주세요.

그때 선생님들이 너무 강압적으로 강제로 먹였던 거에 대해 안 좋았다고 생각해요. 자폐 애들도 백이면 백 다 다르기 때문에, 한 사람 한 사람 관찰을 해서 이 아이는 이렇게 했을 때 성공했지만, 저 아이는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을 좀.”

어머니들은 일관성과 단호한 태도도 중요하지만, 강압적인 방식은 지양해야 하며 개인 선호도를 고려한 접근과 개별 특성에 맞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하였습니다. 강압적인 방식은 자녀와 부모 모두에게 스트레스이자 불필요한 힘겨루기의 과정임을 깨달았기 때문인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어머니들은 새로운 음식에 우연히 노출되었다가 그것을 먹게 되는 일이 종종 있기 때문에, 자녀가 거부한다고 해서 너무 빨리 포기하면 안 된다는 점도 강조하였습니다. 조급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며 부모가 자녀의 지도에 매몰되어 대충 기니를 때우면 안 되고 자녀와 부모 모두 건강한 식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였습니다.

 

지금까지 연구에 참여한 10분의 어머니들이 밝힌 자녀의 식생활 특성 및 지원 요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앞으로 자폐성 장애인의 식생활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자폐성장애 학생들과 가족들의 건강한 식생활 지원에 도움이 될 다양한 노력이 활발하게 실천될 수 있길 기대합니다.

 

 

참고문헌

김유리, 박지연, 정서진, 안혜신, 김나경 (2020). 자폐성장애 자녀의 식생활에 대한 어머니들의 인식과 경험. 자폐성장애연구, 20(2), 5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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