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웃는 재단

전문가칼럼

이사로 인해 새로운 터전으로 떠나는 자폐인들에게
  • 글쓴이 장지용
  • 작성일 2020-06-18 00:00:00
  • 조회수 375

이사로 인해 새로운 터전으로 떠나는 자폐인들에게

 

장지용(ESTAS)

 

아직 내 방이 완성된 것은 아니지만, 며칠 전 이사를 했고 새로운 집에 익숙해져 가고 있다. 새로운 집에서 맞이하는 1주일이 훌쩍 지났다. 아직 내 방의 공사가 끝난 것이 아니라, 내 방에 들여다 놓을 새 침대가 도착하지 않아서 아직 방이 완성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새로운 가재도구들이 들어오고 있다. 냉장고와 소파가 최근 들어왔다. 새 냉장고는 위력이 좋아서, 기존 냉장고에 있던 것을 옮겨도 공간이 남았을 정도였다. 소파는 푹신푹신하고 이제 TV를 안심하고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내 방의 침대가 들어온다면, 이제 내 방은 완전히 완성되어 나만의 삶을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내 방 침대는 서랍장이 있어서 앞으로 속옷과 양말도 그곳에 넣을 수 있어서 기분 좋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내 이야기는 여기까지이고, 이사라는 일을 겪는 것은 대단히 자폐인들에게는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익숙했던 공간을 떠나 새로운 장소로 근거지를 옮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나는 기존에 있던 자리에서 옆 블록으로 옮겼다고 손 치더라도 아직 주소변경 등을 완벽히 끝내지 않았다. 물론 주소변경이라는 일은 법적으로 이사를 완료함을 의미하니 반드시 해야 하는 일 중 하나이다. 이른 시일 내로 주소변경을 마무리 지을 것이다.

 

이사를 하면 기존의 집과는 작별하고, 새로운 집에서 살게 된다. 그렇지만 이러한 것이 결국 자폐인에게는 새로운 도전이 될 수 있다. -도까지 완전히 옮기는 이사일 경우에는 더 그렇다. 익숙한 사람들을 다 떠나보내고 새로운 사람들을 맞이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웃부터 하다못해 동네 슈퍼 주인과도 작별해야 하고, 새로운 동네의 슈퍼 주인과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결국 낯선 곳을 두려워하는 것을 깨는 것이 자폐인들에게도 필요한 것이다. 자폐인들에게 이사를 맞이하면서 해야 할 일을 어느 정도 정리하면 이렇다.

 

이사 소식을 부모 등과 공유받으면서 새로운 집에 대한 기대를 어느 정도 가질 수 있도록 할 것

필요하다면 새집을 미리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점을 잊지 말 것

옛집을 떠나기 전 동네 사람 등 주위에 미리 작별을 알려주면서 이별이라는 것을 느끼도록 할 것

새집 근처의 지형지물을 익힐 수 있도록 노력할 것 (근처 지하철역, 가게, 식당, 병원, 종교 기관 등)

새로운 마을 사람들과 새로운 지역의 관련자(가게 주인, 지역 종교 기관의 성직자 등)에게 인사하면서 자신을 잘 알릴 것. 그들은 아직 당신이 자폐인인 것도 모르고 있을 것이니 자신을 밝힐 수 있다면 알려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 새로운 마을 사람과 관련자들을 옹호자로 만들어 둘 것

새집의 주소를 미리 알아두도록 하여 지도 검색 기능에서 우리 집을 이사하자마자 업데이트할 수 있도록 하고 이사 이후에도 방문해야 하는 곳이 있다면 새집에서 계속 방문해야 하는 곳의 새로운 접근 방법을 알아두도록 할 것

새집의 인테리어 등 몇몇 문제는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것

 

한국 자폐인의 결혼율이 산술적으로도 0%임을 생각했을 때 결혼을 통한 분가는 있을 수 없고, 결국 이사는 가족의 이사 정도에서는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가끔 일부 자폐인들은 자립하는 과정에서 분가되어 결국 이사 갈 수밖에 없는 상황도 생길 것이다. 그러한 변화에 적극적으로 익숙해지도록 하자.

 

인생에 한 번쯤은, 이사 갈 것이다. 자폐인들에게는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새로운 시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집이 아니라 근속하는 직장은 같은데 일터 위치가 바뀌거나 일터가 다른 부서로 전보될 수도 있다거나(쉽게 말해, 직장 위치가 건물, 일터 안에서 옮기는 것이 아닌 소속 지점 등이 바뀌는 수준에서) 그런 것도 있을 수 있기에 더 그렇다.

 

기존의 집에서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살 수 있는 사람은 엄청난 부를 세습하는 사람들이 유서 깊은 호화 저택을 보유하지 않는 이상(적어도 왕실이 있는 국가의 귀족이나 세습되는 부잣집 같은) 없다. 결국, 인생에서 한 번쯤은 이사를 단행할 수밖에 없고, 결국 변화에 익숙해져야 할 시점이 언젠가는 올 것이다. 이사 안 갈 사람은 없으니, 결국 이사에 익숙해지도록 하자.

 

사실 내가 이사 간 것은 25년 만에 동네 옆 블록의 아파트로 이사한 것이라 상황이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말이다. 주소와 가재도구만 바뀌었지 사실 많은 것이 달라지지 않았기에. 배달음식 식당을 어디다 시켜야 하는 지등은 바뀌지 않았으니 말이다.


목록

작성자
        비밀번호      비밀로하기
내용

* 상업성 글이나 욕설등은 임의로 삭제 될 수 있습니다.



이전글 코로나19 시대, 발달장애인의 감염예방활동과 일상활동의 균형 이루기
다음글 발달장애인의 그림예술, “공감각”의 창조성에 대하여

주소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성남대로 52, 501호(구미동, 그랜드프라자) Tel : 031-719-6111 Fax : 031-719-6110 E-mail : stf@smiletogether.or.kr 개인정보보호관리책임자 : 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