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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자폐인이 대학에 가려는 이유, 그러나….
  • 글쓴이 장지용
  • 작성일 2020-12-08 00:00:00
  • 조회수 122

그래도 자폐인이 대학에 가려는 이유, 그러나.

 

장지용 (에스타스)


자폐인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비율은 극히 적다고 해도 이제는 자폐인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비율은 점점 늘고 있다. 실제로 estas의 회원 상당수는 대학에 재학하거나 졸업한 사례다.


그런데 자폐인들이 대학에 가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폐인들의 대학 진학은 결국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인데, 결국 대학에 가려는 것은 무엇일까? 다행히 한 논문이 이것에 대한 답을 제시했다. (윤영선, 이미숙. 2020, 발달장애 대학생의 대학생활 경험 및 지원요구, 특수아동교육연구)


그 실제 논문에서 언급된 자폐인이 대학에 진학하는 그 이유를 읽고 나서 내 경험도 어땠는지도 설명하겠다.

 

- 편안한 대학생활

초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자폐인 학생들은 집단 따돌림 등 학대를 경험하는 편이다. 교사의 체벌은 인권 원칙의 강조로 사라졌다지만, 학생들의 폭력 등은 근절되지 않은 것이다. 그러한 학교폭력의 고통에서 벗어나 대학 생활에서는 편안하게 등교할 수 있는 분위기에서 학습할 수 있고, 결국 학과만 벗어나면 남남인 신세이기 때문에 학교폭력이라는 단어는 찾아보기 어렵다. 실제로 당사자 학생들도 편안한 대학생활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한 바가 있었다.


솔직히 나도 대학이 제일 편했다는 느낌이 든다. 초중고등학교 친구들은 지금도 기억나는 것이 몇몇 있을지는 몰라도, 연락되는 친구는 딱 한 명뿐이다. 그렇지만 대학교 친구들은 지금도 연락을 주고받는 것을 넘어서 직접 만나서 술 한잔도 기울일 정도로 그런 관계다. 대학 시절 가장 기뻤던 것이 편안했다는 사실이었다고 술회할 정도이니 그런 것이 단연 최고의 매력이 편안한 대학생활이 아니었을까 싶다.

 

- 자유로운 삶

자폐인 학생들이 겪는 또 다른 장점은 폭넓은 자유를 만끽한 대학생활이라는 점이다. 그동안 연애, 음주, 용모 꾸미기 등 학칙 등의 명목으로 금지되었던 활동들이 일제히 해금되면서 각종 즐거운 활동을 할 수 있고, 발달재활서비스등의 명목으로 지속하던 재활도 상당수가 성인기 진입에 따라 종료되거나 완화되는 등의 효과로 인하여 자유로운 삶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로 그들은 여기저기 다녀야 했던 불편함이 사라졌다고 회고했다.


하고 싶었던 일들이 많이 있었는데, 그러한 것을 일제히 다 즐길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라고 할 수 있어서 좋았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었다.


나도 대학 입학 이후 자유를 얻어서, 그 이후에는 좀 더 자유로운 활동을 하면서 대학생활을 보낼 수 있어서 좋았다. 단지 돈의 문제 때문에 유럽여행은커녕 국내 일주 여행도 즐기지 못한 것이 아쉬웠지만, 본격적으로 KBO 리그에 관심을 끌게 되면서 즐길 수 있는 거리가 하나 생겼다는 것이 행복이었다. 학창시절에는 야구 같은 것에 관심을 기울이기 어려웠지만, 대학시절 한국시리즈 경기를 직접 관전한다는 명분으로 대학 강의를 땡땡이친 적이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그랬다.


대학생활에서 또 다른 자유라고 할 수 있었던 것은 생각의 자유였다. 그 이전 생활에서는 사고하는 것에 대한 제한을 받았었는데, 대학 이후 오히려 철학적 활동을 한다는(실제로는 운동권 동아리였지만) 동아리에 가입해서 활동할 정도로 자유롭게 생각하면서 살 수 있었다는 것이 가장 기뻤다. 내가 지금 더불어민주당 당원이지만, 공식 입당한 시점이 2010, 즉 대학 3학년이 되기 전 1년 휴학했던 시절의 일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 그랬다. (나는 한국장애인개발원 봉직 기간을 빼고는 2010년 이후 계속 지금의 더불어민주당 당원 활동을 했다. 그리고 잡다한 사실이지만, 그 시절 당 활동을 나에게 제안한 사람이 당시 대학생 당원 조직 책임자였고. 현재는 국회의원인 장경태 의원이었다.)

 

- 재미난 행사들에 참여하는 재미

대학생활을 알차게 하는 것들은 몇 가지 더 있다. 동아리, MT 등등의 행사가 그런 것이다. 실제로 그들도 MT에 참여하여 낮에는 여행이나 학술활동을 하고, 밤에는 장기자랑이나 바비큐 파티 등 즐거운 활동을 하면서 보내는 시간이 즐거웠다고 했는데, 논문에 의하면 이들이 답변할 때 중 가장 표정이 밝았다고 한다. 그러한 것을 생각하면 왜 그들은 그러한 어울림의 즐거움이 가장 행복했노라고 말했을지 상상이 된다.


나도 실제로 그랬다. 나는 게다가 동아리 활동도 했기 때문에, 동아리에서 함께하는 시간도 있었다. 방학 때는 사진을 찍으러 현장에 나가서 작업했고, 학술 토론회 시간에는 강연과 토론을 즐겼으며, 외부 활동 시간에는 나름대로 재미있는 활동을, 같이 노동할 때에는 같이 노동을 하면서 그들과 함께 땀을 흘리는 것을 즐겼다.


지금 공개하는 사실이지만, 대학 마지막 대외활동이었던 2012년의 민주당 대학생정책자문단 활동에서는 당시 대선 유력후보로 이름이 돌던 현재의 문재인 대통령과 회견한 적이 있었고, 실제로 내가 질문지로 작성했던 것이 실제로 문재인 당시 유력후보가 답변한 적이 있었다. 그러한 경험이 바로 즐겁고 재미난 행사였다.

 

- 하면 된다!

그들이 그래도 대학생활에 만족하는 결과적인 이유는 하면 된다!’라고 요약할 수 있다. 자폐인 학생들도 결국 대학의 학업체계에 익숙해지면서, 결국 나름대로의 성과를 내는 데 성공했다는 사실이다.


나도 마찬가지로 결국 학업을 잘 진행하다보니 성적이 나빴던 학기에도 적어도 한 과목은 A 학점을 받았고, 전공 실기에서도 한 과목이나마 A를 받은 적이 있었으며, 교양과목에서는 A+학점을 받은 적도 몇 번 있었던 것을 생각한다. 자폐인 대학생들도 결국 하면 되는 것을 체험하면서 결과적으로 성취감에 대해 인식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 그렇지만.

그러나 그들의 고충도 이야기가 있었다. 학업을 제때 따라오려고 애를 썼지만, 영어 원어가 나올 정도의 학업의 어려움이 있었고, 수강신청 제도에 익숙하지 않다고 하거나, 대인관계의 어려움에 대한 고충도 이야기가 있었다.


학업 수행이 실제로 어려운 것은 발달장애의 구조적 한계인 영향이 있지만, 하여튼 그러한 것이 실제로 부담스러운 일이라는 점은 사실로 밝혀진 셈이다. 필자도 영어 공부를 어려워한 나머지, 영어 졸업조건을 간신히 통과했다는 것에 다행을 표현할 정도였으니 그 고충이 얼마나 심한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라 하겠다.


대인관계의 어려움도 인정할만한 것이, 게다가 내가 대학을 다녔을 때(2008~2013)PEERS 같은 사회성 훈련도 점차 보급되던 시절이었고 나는 받아본 적이 없었으니, 그러한 대인관계 훈련 없이 사회로 나오고 나서 대인관계의 역사적 파탄을 경험해본 적이 있었다는 사실을 되돌아본다. 지금도 그 사건의 경위를 어디서도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지금은 겨우 세간에서 이야기가 사라진 것이 유일한 다행일 뿐일 정도다.

 

- 결정적인 걱정

결정적으로 걱정스러운 것은 대학 졸업 이후이다. 대학 졸업 이후 취업을 해야 하고, 대학졸업자다운 일자리를 찾는 것이 제일 중요할 것인데 대학졸업자에 걸맞은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는 사실에 결국 직면하게 될 것이다. 대학졸업자에 걸맞은 일자리는 발달장애를 이유로, 발달장애인 일자리는 오버스펙이라는 명목으로 두 자리 모두 환영받기 어려운 일자리이다. 그나마 최저임금 이상 보장만 돼도 직장에 다닐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 할 수 있을 정도다.


장기적으로 자폐인 대학졸업자는 증가할 전망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장기적으로 자폐인 대학졸업자를 위한 일자리를 확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일단 대졸 자폐인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산업계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자폐인 대학진학률을 높이기 전, 일단 그에 걸맞은 일자리 확충을 통해 대학 가면 저런 일자리에서 일하면서 월급 잘 받을 수 있다를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들도 대학에 가려는 이유가 취업 잘 하기 위해서라고 답변했던 것을 다시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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